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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하마

[물리하마] 만물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들: 일원론, 4원소설, 원자론, 원소설, 원자론 확립 과정

 몸을 누일 거처를 찾고, 배를 불릴 식량을 이제 겨우 확보하게 된 인간에게 드디어 사유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인간은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답변을 했을까요? ‘이건 뭐지?’, ‘저건 왜 저렇지?’와 같은 것들이었겠죠? 사실 지금도 그 질문은 계속되고 있고요.






라는 질문에 고대부터 사람들은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그것이 지금 우리가 아는 것이 되기까지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 살펴보려고 해요.

 그 답은 크게 ①고대 그리스②과학 혁명 이후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왔는데요, 오늘 이야기도 시기에 따라 이렇게 두 덩어리로 나누어 보려고 해요.

 


①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대답



만물의 근원은 하나다!

▸대표 인물: 탈레스, 아낙시메네스, 헤라클레이토스, 파르메니데스

그리스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일원론으로 유명한데요, 초기 물질의 근원에 대한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었던 그 생각을 살짝 따라가볼까요?

: 파르메니데스님, 세상은 뭘로 이루어져 있나요?
: 하마야, 너는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알고 있지?
: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있는건 있는거고 없는건 없는거죠.
: 우리는 ‘없는 것’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 없는 게 있다구요? 뭐라고 하시는건지 모르겠어요..
: 어려운 것이 당연하단다. 왜냐하면 없다는 것은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 즉, ‘있음’만 존재해야하므로 결국 세상은 ‘있는 것’만으로만 이루어진거야. 그렇다면 그 ‘있음’ 자체가 세상이기 때문에 딱 하나뿐이겠지.
: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안되는 말이네요.
: 즉 존재라고 하는 건 ‘있음’, 딱 하나만 있는 것이고, 존재하는 것은 생기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나눌 수도 없는 하나의 연속적인 전체야.
: 그래서 세상은 단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 말씀이신거죠? 알 것도 같은데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저 그냥 갈게요.

 고대 그리스 초기 철학자들의 경우 이렇게 만물의 근원은 하나라는 시각이 많았어요.

탈레스: 만물의 근원은 뭐니뭐니해도 물 이지.
아낙시메네스: 내 생각엔 공기 야.
헤라클레이토스: 세상은 불 로 이루어져 있어.
: ...?

 이런 이야기들은 모든 물체가 물로만 되어 있다거나 공기로만 되어 있다거나 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물이 만물의 출발점이 물이다, 공기다, 불이다 요런 느낌이었다고 해요.


 

4원소설 vs 원자론

 이 이후에는 크게 4원소설을 주장한 팀과 원자론을 주장한 팀이 대립되는데요, 각각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했고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볼게요.
 
 
 

 

▸대표 인물: 엠페도클레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4원소설의 대표적인 인물은 엠페도클레스인데요, 그가 이야기한 4원소설의 핵심은 아래와 같아요.

▪ 세상은 불, 흙, 공기, 물 이 네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
▪ 네 원소는 ‘사랑’과 ‘미움’으로 결합하고 분해되면서 물질을 형성한다.


 

 이전까지의 아이디어들과 달랐던 점은 근본 물질이 여러개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최초의 다원주의자라고 평가받기도 해요. 어떤 면에서는 이 4원소를 최초의 주기율표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요.

 
 
 
 이후 플라톤은 기존의 4원소설에 수학적인 면을 추가하는 시도를 했어요.

 3차원에서 존재할 수 있는 정 다면체는 딱 다섯 개가 있는데요, 정사면체, 정육면체, 정팔면체, 정십이면체, 정이십면체로 이를 플라톤의 다면체라고 하기도 해요.

 

 플라톤은 이 다면체들을 4원소에 대입시켜 불, 흙, 공기, 물이 정다면체 모양의 작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어요.

 

: 다면체는 다섯갠데, 원소는 네 개네? 정십이면체는 어디갔어?

 

 나머지 하나인 정십이면체는 이 모든 물질 세계를 감싸는 하늘에 해당한다고 했어요.
(다른 다면체의 면들은 직각 삼각형으로 분해가 되는데, 정십이면체의 면은 오각형이라 직각 삼각형으로 분해가 안되는 차이점이 있었거든요.)


 플라톤은 또한 각 원소에 해당하는 다면체의 면들을 분해하면 직각 삼각형이 나온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원소끼리 마치 레고처럼 변환이 가능하다고 했는데요,

지금보면 수학을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자연을 해석하는데 수학을 언어로 사용하는 시도를 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4원소설을 이어받은 다음 인물은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인데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설을 받고 여기에 습함/건조함, 차가움/뜨거움이라는 네가지 성질을 제안했어요.

 그리고 각 원소는 여기서 대립되지 않는 성질을 두가지씩 가진다고 했죠. 즉, 성질이 있고 그 성질이 물질화 된 것을 원소라고 보았던 거에요.

예를들어
습함 + 차가움 = 물
건조함 + 뜨거움 = 불
요렇게요.
 
 그럴듯하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여기에 하나 더 얹어서 각 원소는 무게에 따라 위치가 정해져있는데, 불이 가장 가볍고 공기, 물, 흙 순서에요. 그 순서가 각 원소들의 원래 위치이기 때문에 다른데 놓아도 그 위치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가진다고 했어요.
 
 처음보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세련되어진 것 가지만 여전히 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현대적인 시각에서 볼 때, 흙은 고체, 물은 액체, 공기는 기체, 불은 플라즈마에 각각 대응된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아주 터무니없는 이론으로 치부할 건 아니에요.

 

 
▸대표 인물: 레우키포스, 데모크리토스
 

 원자론의 대표적인 인물은 데모크리토스인데요, 데모크리토스와 그의 스승 레우키포스가 주장한 원자론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아요.


▪ 세상은 원자(atom)와 텅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 원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고 변하지도 않는 작은 입자들이며, 영원한 운동을 한다.
▪ 원자는 아주 작지만 크기와 모양과 무게가 있으며 무한히 많은 종류가 있다.
 
 
 
 원자론은 우선 파르메니데스와 달리 허공도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로 생각했다는 점이 특징적이고요, 4원소설과는 달리 원자의 종류가 무한하다고 주장했다는 특징도 있어요.


 또 원자론은 자연의 온갖 변화 과정의 배후에 신적인 존재를 두지 않았어요. 그저 이전의 사건이 이후의 사건에 영향을 주어 줄지어 일어날 뿐이라는거죠. 이런 기계론적인 시각 때문에 이를 초기 유물론*의 완성이라고 보기도 해요. 데모크리토스는 심지어 영혼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거든요.
 
*유물론: 세상의 근원을 물질로 보고, 정신 현상들도 물질의 작용이라고 보는 이론이에요.
 
 

 이런 방식은 17세기 정도가 되어서부터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대표하는 시각이 되었고, 보편적인 접근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뿐만 아니라 이후 중세에도 계속해서 인정받지 못했어요. 세상에 대해 해석하는데 신을 배제한게 못마땅했던거죠. 결국 원자론은 제대로 인정받기까지 20세기 정도가 걸린 셈이에요.


② 과학혁명* 이후의 대답들

*과학혁명: 16~17세기 유럽을 중심으로 일어난 근대 과학의 확립


우선, 이전에 나왔던 4원소설 vs 원자론 중 어느 쪽으로 과학계의 마음이 쏠리고 있는지 그 과정을 빠르게 살펴볼게요.



▪ 보일: 17세기까지 진공을 부정하는 분위기라 원자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었는데, 보일은 진공의 개념을 수용하고 고대 그리스의 원자를 바탕으로 이를 부활시켜요.



▪ 라부아지에: 보일이 다시 꺼내든 원소의 개념을 명확히하여 ‘원소란 현재까지의 어떤 수단으로도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이라고 정의해요. (나중에 기술이 발전하면 더 분해될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겼어요.)



▪ 돌턴: 기체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다룬 네 편의 소고를 발표했는데요, 여기 돌턴의 ‘원자설’의 핵심 내용이 담겨 있어요.

1. 같은 원소의 원자는 같은 크기와 질량, 성질을 가진다.
2. 원자는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다.
3. 원자는 다른 원자로 바뀔 수 없으며 없어지거나 생겨날 수 없다.
4. 화학 반응은 원자와 원자의 결합 방법만 바뀌는 것으로, 원자가 다른 원자로 바뀌지는 않는다. 따라서 질량이 보존된다.
5. 화합물을 만들 때 다른 종류들의 원자들은 정수배로 결합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내용이 이후 반증되긴 했지만 초보적이고 날것이었던 원자의 개념을 체계적이고 세련되게 정리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있다는 아이디어가 자리 잡게 돼요.




이번에는 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바뀌어왔는가에 대해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이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내용, 즉 원자 모형 변천사에 대해 알아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