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는 원자라는 아이디어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을 고대 그리스 학자들부터 돌턴까지 훑어봤어요. 이번 글에서는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 그래 어쨌든 원자라는 건 알겠어. 근데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는 누가 보고 온 거야? 너무너무 작다며!
‘눈’으로 보고 온 건 아니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을 통해 보고 왔어요. 그러면서 그냥 공 모양이었던 원자 모형이 세밀하게 다듬어졌는데요, 그 과정을 따라가볼게요.
돌턴에서 출발하자
지난 글 마지막 부분에서 돌턴이 원자에 대해 정리하여 발표한 내용을 이야기했었죠. 거기부터 다시 출발해보려고 해요.
일단 돌턴의 생각에는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것이 원자였기 때문에 사실 모형이랄 것도 없어요. 쪼개서 더 나오는게 없으니 복잡한 구조도 필요가 없죠. 그냥 한 덩어리면 되는 거에요.
아닌데? 더 쪼개지는데? 톰슨의 전자 발견
톰슨은 전자를 발견한 것으로 유명해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원자 안에 전자라는 게 또 있다는 건 원자가 끝이 아니라는 거고, 그러니까 쪼개면 또 쪼개진다는 거거든요.
: 톰슨은 원자를 본거야? 전자가 있는 걸 어떻게 봤대?
음극선 실험을 통해서요!
당시엔 톰슨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이 ‘음극선’을 가지고 실험을 했는데요, 그게 뭔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볼게요.
이런저런 음극선 실험들
이 실험의 기본적인 구조는 아래 그림과 같아요. 진공인 관을 만들고 그 안에 (+)극, (-)극을 넣어서 전압을 빡! 걸어주는 거에요.
관의 벽에는 형광 물질들을 발라놨어요. 형광 물질은 전자를 만나면 빛이 나거든요.(그때는 그게 전자인지 몰랐지만요)
주요 실험들만 좀 보자면,
실험① 히토르프가 그림처럼 음극 앞에 고체를 두었어요. 그랬더니 (-)극 반대쪽에 그림자가 생기는 거에요. 이걸 해석하면, ‘(-)극에서 뭔가 나와서 (+)극 방향으로 간다.’ 정도가 되겠네요.
요 흐름. 이걸 ‘음극선’이라고 해요.
실험② 이 음극선이 빛이냐 입자냐에 대한 과학자들의 논쟁이 있었는데요, 톰슨이 실험을 통해 결론을 내줬어요.
톰슨이 이 실험에 전기장과 자기장을 거는 실험을 했어요. 이렇게 걸어주면 이 움직이는 음극선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실험을 해봤더니 그 속도가 빛보다 훨씬 느리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해석하면, 요 음극선의 정체는 입자라는 거에요.
실험③ 페랭이 실험을 통해 얘가 (-)를 띤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실험④ 톰슨은 또 전기장을 걸어놓고 실험을 했는데요, 그렇게 하면 음극선이 전기장의 영향을 받아서 경로가 휘어지게 돼요. 이때 얼마나 휘어지는지를 보면 그 입자의 질량/전하량 비를 알 수 있는데요. 이 실험의 결과가
① 수소의 질량/전하량 값보다 훨씬 작네 ☞ 해석: ‘수소보다 엄청 가벼운 애다.’
② (-)극을 다른 금속으로 써도 다 똑같은 값이 나오네 ☞ 해석: 어떤 원소이든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거다.
이런 과정을 통해 톰슨은 이 물질이 모든 원자에 들어있다고 보고 이 입자를 ‘전자’라고 이름 붙였어요.
원자는 기본적으로 중성이죠. 근데 (-)를 띠는 전자가 모든 원자에 들어있다? 그러면 나머지 부분은 다 (+)가 되는거죠.
따라서 위와 같은 모형이 나오게 돼요. (+)를 띠는 덩어리에 (-)를 띠는 전자가 하나씩 콕콕 박혀있는 형태로요.마치 쿠키 반죽에 초코칩을 콕콕 박은 것 처럼요. 쿠키 반죽은 전체적으로 (+)를 띠고, 초코칩들은 (-)를 띠는 전자인셈이에요.
알고 보니 쿠키 반죽도 너무 작았다, 러더퍼드의 원자핵 발견
: 아직 내가 배운 원자 모형이랑 좀 달라. 초코칩쿠키도 좋고 푸딩도 좋은데 이건 좀.. : 이제 친숙한 모양이 나올거야. : 누구세요? 악어? : 나는 러더퍼드란다. 물리학은 악어처럼 나아가며 모조리 삼키듯이 해야하는 법! : 그런거라면 하마도 소질이 있을 것 같은데요! : ... : 그나저나 교수님은 뭐 하셨어요? : 나는 알파입자로 실험을 했지. : 무슨 입자가 또 나왔어..ㅠㅠ
알파 입자는 헬륨의 원자핵을 부르는 말인데요, 중요한건 (+)를 띠는 어떤 입자라는 거에요.
알파입자 산란실험
실험 설명 ① B 위치에 금박을 두고요, ② 금박 주변에을 황아아연으로 둘러싸요. 얘는 알파입자를 만나면 표시가 남는 성질이 있어요. ③ A에서 알파입자를 쏘고 ④ 어디로 튕겨나가는지 관찰하면 돼요.
예상 - 원자는 (+)가 전체적으로 퍼져있는거라 별 일 없을거임 - 그냥 가던 경로를 유지하거나 전기력 때문에 쪼끔 휘어지거나 할거지만 별로 티도 안날만큼일거임
결과 - 90도씩 휘어지는 애들도 나오고 - 140도 정도로 거의 되튀어 나오는 애들도 발견함
"이건 화장지 조각에 15인치 포탄을 발사했는데 반사되어 돌아온 것만큼 놀라운 일이다."
러더퍼드 의 해석
- (+)전하가 반죽처럼 퍼져있는게 아닌 것 같아. 이정도로 튀어나오려면 완전 꽝꽝 뭉쳐있어야 돼. 원자 중심에 이 모든 양전하가 한 점에 뭉쳐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야.
- 이걸 원자핵이라고 하자.
: 근데 그거 얼마나 큰지도 알고 싶네, 그러려면 알파입자를 백만개쯤 쏘고 세어야 하는데... 가이거(조교), 마드슨(학부생): 저희가 해야죠 뭐..
이렇게 저렇게 해서 어쨌든 러더퍼드 팀은 원자핵을 발견하고, 원자 모형을 수정해요. 중심에 원자핵이 있고 그 둘레를 전자들이 도는 형태로요.
보어, 전자의 궤도를 밝혀내다
러더퍼드의 모형은 기존의 물리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어요. 전자가 저렇게 계속 원자핵 주변을 돌면 에너지를 잃어버려서 결국 붕괴되어버리는거였죠.
이에 대해 생각하던 보어는 열심히 머리를 굴린 끝에 1913년, 새로운 원자 모델을 발표했어요. 이렇게 설명하면 저 문제들이 해결된다! 라는 거였죠.
그게 뭐냐면요,
1. 전자는 1, 2, 3,...층에만 있을 수 있고, 1.5층, 2.3층 같은덴 못있는다! 2. 위층으로 올라가려면 빛을 흡수해야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면 빛을 방출해야 한다.
이정도에요.
여기서 층이라고 표현했던걸 ‘궤도’라고 하고, 전자가 층을 이동하는 걸 ‘전이’한다고 해요. 전자는 각 궤도 사이에는 있을 수 없고, 전자가 전이할 때는 각 궤도의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하는 거에요.
문제를 설명하려면 이래야 한다는 이론적인 모델을 제시한거였는데, 이후에 다른 이론들과 실험들로 보충되면서 자리를 잡았고, 양자역학이라는 커다란 학문으로 발전하게 돼요.
지금은 구름!
지금은 양자역학의 발전에 따라 ‘전자구름모형’을 쓰고 있어요. 어떤 물질이 ‘얼마나 빠른지’와 ‘어디 있는지’를 동시에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는 게 밝혀졌거든요. 심지어 그건 과학이 덜 발전했다거나 측정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자연의 본질적인 성질이라는거였죠.
그건 우리가 사는 이 커다란 세계에서는 별로 티가 안나지만, 전자가 사는 작디작은 세계에서는 티가 많이 나요. 따라서 우리는 전자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표시를 못하고, 아래 그림처럼 구름처럼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