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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하마

[물리하마] 전기와 자기는 어떻게 전자기가 되었나: 길버트, 외르스테드, 패러데이, 맥스웰


: 처음부터 전기랑 자기가 헷갈렸던 것도 자꾸 같이 이야기해서인 것 같아. 전기 이야기할 땐 전기만 이야기하고, 자기 이야기할 땐 자기만 이야기하면 애초부터 헷갈리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 하지만 둘을 따로 이야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



이번에는 전기와 자기의 역사에 관한 큰 맥락을 짚어보려고 해요. 전기와 자기가 어떻게 분리되고 연결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세요.


아주 옛날...

고대부터 전기, 자기 현상은 늘 알 수 없는 안개 ☁에 가려져 있었어요. 무언가 밀기도 하고 공중에 띄우기도 하고, 갑자기 어디 찰싹 달라붙기도 하잖아요. 만져보면 찌릿한 게 느낌이 이상할 때도 있고, 특정 방향으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그러니 미신의 소재로도 많이 오르내리고, 주술적인 느낌도 들었어요. 의술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쓰이기도 했고요.

이러니 제대로 된 연구는 당연히 없었고, 다 비슷비슷한 현상으로 흐릿하게 뭉쳐져 있었어요.


최초의 분리와 연구

윌리엄 길버트가 전기와 자기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구해서 교통정리를 싹 했어요. 이게 16세기쯤이에요.

뭘 했는지 다시 간단하게 살펴보면,

   1. 전기적 현상과 자기적 현상은 다른 거라고 못 박음
   2. 자석에 N, S극 이름을 붙임
   3. 자석이 밀고 당기는 법칙 정리
   4. 지구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임을 알아냄


자세한 내용은 지난 자기 Basic 글에 나와있어요.





전기 ⚡가 자기 🧲를 만든다고?

1820년,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가 중요한 발견을 해요.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나침반 🧭을 놓았더니 나침반이 움직인 것이었죠.

그게 뭐 대수냐고요?

길버트 이후 과학자들은 전기와 자기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했어요. 그러니 나침반을 도선 근처에 가지고 가볼 시도도 안 해본 거에요.

  + 자세한 설명 
1687년 뉴턴 이 만유인력과 운동 법칙을 발표한 이후, 힘은 두 대상을 이은 직선을 따라 작용하는 거고 힘을 만드는 원인은 그 물체 자체에 있다는 생각이 주류였어요.

하지만 뉴턴 자신도 이렇게 힘이 직선으로, 매개도 없이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우려했어요.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요.
힘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도록 딱 떨어지는 것이 식도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전기도 어김없이 만유인력처럼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도록 식이 딱 떨어졌고, 모든 게 명확해보였어요.
(: 이에 대한 내용은 여기에서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전기는 전기, 자기는 자기, 중력은 중력! 힘의 원인은 물체에! 직선!


경계는 명확하고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러니 누구도 그 옛날 얽혀있던 전기와 자기를 다시 붙여볼 생각을 안 해본 거예요.

하지만 비슷한 시기 칸트를 비롯한 독일 철학으로부터 물리 현상의 에너지는 그 물체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주변에 있다고 보는 목소리들이 나왔어요. 어떤 조건이 되면 전기가 되기도 하고, 자기가 되기도 한다는 아이디어었죠.

그리고 외르스테드는 독일 철학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나침반을 도선 근처에 한 번 가져가볼까 시도해 본 거예요.



외르스테드는 한 강연에서 도선 근처에 나침반🧭을 가져갔고, 나침반이 약간 움직이긴 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어요.

몇 달 후 전류가 훨씬 많이 흐르도록 해서 같은 실험을 했더니, 나침반이 거의 직각이 되도록 돌아갔어요.

전기가 자기를 만들어낸 거에요.

이후, 이 소식을 들은 앙페르는 자신만의 연구에 착수하여 나란한 두 도선 사이에 서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공식까지 정리하여 발표했어요.






그렇다면 자기도 전기를 만들지 않을까 🤔

그 시기 마이클 패러데이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전기가 자기를 만든다면 자기도 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렇다 할 실험이 나오지 않았어요.

이 시기 패러데이는 주머니 속에 작은 철 원통을 넣어 다니면서 끊임없이 이를 고민했다고 해요.


그러다 한 실험을 하게 되는데요, 그림처럼 두 코일을 두고 코일 A에서 전류가 흘렀을 때 코일 B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실험 결과는 아래와 같았어요.



아니 이게 뭔가요. 전류가 잘 흐르는 중에는 별 반응도 없는데, 전류가 흐르기 시작할 때랑 끊길 때만 코일 B에 전류가 유도되는 것 아니겠어요.

패러데이는 이어서 실제 자석으로 몇 가지 실험을 추가로 해보고는,



‘자기의 변화가 있을 때 전류가 유도된다’는 결론을 내게 돼요. 그러니까 자석이 있는 것만으로 전류가 흐르는 게 아니고, 그게 변화해야 흐른다는 거예요.

이를 전자기 유도라고 불러요.

패러데이가 결국 밝혀낸 거에요. 자기도 전기를 만든다는 것을요.



전자기학의 완성

전기와 자기의 마지막 장이에요.

① 전기와 자기는 하나로 섞여있다가
② 길버트에 의해 분리되었다가
③ 전기가 자기를 만들고, 자기가 전기를 만드는 관계로 다시 만났어요.


앞에서 전자기 유도를 밝혀낸 패러데이는 어릴 적부터 많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과학을 연구한 인물이라 늘 수학적 접근이 약했어요. 이런 점은 수학에 갇히지 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주어 결론적으로 더 독창적인 결과를 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당시 패러데이를 제외한 과학자들은 대부분이 '원격 작용'이라는 관념의 편에 서있었어요. 수학적으로 딱 떨어졌거든요.

패러데이는 상호작용하는 물체 자체보다는 공간에 더 집중했고 그 결과 역선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어요. 지금은 전기력선, 자기력선으로 너무도 당연하게 쓰이고 있는 개념인데요, 당시 사람들은 역선이 수학적으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개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그 개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할 일은 그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여러 차례 모델을 세우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한 결과 맥스웰은 그 개념을 수학적으로 표현했고, 이후 과학자들이 이를 4개의 방정식으로 추리게 돼요.

그것이 전자기학 전체를 완성한 맥스웰 방정식이예요.

또한 이 과정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변화하며 서로가 서로를 유도하며 진행하는 전자기파를 예측하게 되고, 그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것까지 알게 돼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보던 그 빛의 정체가 사실 전기와 자기가 얽혀 파동으로 진행하는 거였다는 거예요.



전기와 자기는 이제 전자기학으로 합쳐졌고 완성된 학문이 되었어요.

앞으로는 여기에 나온 ① 전류가 나침반을 돌아가게 만든 것, ② 전자기 유도 등을 차근차근 자세히 알아보도록 할게요.


참고문헌: 낸시 포브스, 배질 마혼. 『패러데이와 맥스웰』. 박찬, 박술(역). 반니, 2015.